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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의 행복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서함이야기
금주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소식(07.15)
- 관리자
- 2026-07-15
- 조회
- 9
*사서함 음성 청취 방법 : 02)2092-9000 → 2번 → 8번 → 8008번
안녕하십니까? 2026년 7월 15일 수요일
8008번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의 사서함 담당 김현정 봉사자입니다.
오늘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입니다.
이용자 여러분 모두 든든한 보양식으로 기력 보충하시고, 올여름도 건강하고 시원하게 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사서함에서는 아주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우리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김화섭 님께서 직접 지으신 수필 세 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각장애를 인정하던 날』, 『웃픈 이야기』, 그리고 『우린 외롭지 않다』를 차례로 들려드립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각장애를 인정하던 날』
약 25년 전의 일이다. 유치원에 간 막내 녀석이 제 시간에 귀가하지 않았단다. 온 식구 그리고 유치원 교사 및 직원 심지어 이웃 사람들까지 동원되어 애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귀가했을 때 이미 상황이 종료 되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날 저녁 귀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맞은편에 앉은 청년이 눈짓으로 자기 옆자리가 비었으니 앉으라고 한다. 나도 눈짓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며 창문 쪽으로 돌아섰다. 2~3초도 지나지 않아 그 청년은 내 백팩을 치며 또 다시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그 청년이 다소 성가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도 해맑은 모습이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도 했다.
불현 듯 25년 전 일이 뇌리를 스치며 나를 상념에 빠져들게 했다. 만약 그 당시 애를 찾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길에서 저런 청년을 만날 때마다 염치 불구하고 예의 따지지 않고 그 청년의 어린 시절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보곤 했을 것이다.
그 순간 청년은 또 다시 나의 백팩을 치며 상념을 깬다. 이번에는 말까지 건넨다.
“아빠! 저예요.”
『웃픈 이야기』
맹학교 생활이 막바지를 향하던 가을 어느 날 학교 주변 허름한 식당을 지인과 함께 찾았다. 지인은 나와의 나이 차가 한 살에 불과하지만 나를 형님으로 부른다. 나는 그 사람을 선배님이라 칭하며 서로 간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사이이다.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그 식당은 허름함을 신고나 하듯 의자가 갑자기 뒤로 넘어진다. 이 과정에서 식당 내부에 있는 기둥에 머리를 부딪쳤다. 결코 약하지 않는 통증은 잠시 나를 바닥에 붙들어 맺다. 그 때부터 식당 내부에서 큰 소동이 벌어진다.
식당 홀 깊숙이 앉은 이들이 지인을 크게 나무란다. 빨리 일으켜 세우지 않고 뭘 하느냐고. 식당 주인도 가세한다. 왜 가만히 앉아 있느냐? 같이 온 사람을 빨리 부축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지인이 순간적으로 야속하기도 했다. 조금만 도와주면 쉽게 일어날 수 있을 터인데, 하지만 지인은 연신 “형님 어디 계세요.......어디 계세요”라고 소리만 지를 뿐 어떠한 액션도 없었다.
순간 나는 큰 실수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인은 나보다 더 심한 장애인으로 사람의 형체만 겨우 알아보는 정도이다. 자기 앞에 앉아있던 나의 형체가 갑자기 사라진데다 식당 내 모든 이들이 지인을 책망하니 얼마나 당황했을까....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한 여운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 상황이 우스운 것일까 아니면 슬픈 것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웃프다는 표현을 빌어보니 맞을 듯 하다.
『우린 외롭지 않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케인(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표시이며 자주성의 상징이다”라고 적혀있다. 즉 케인을 지참하고 길을 나선다는 것은 남의 도움 없이도 길을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인 것이다. 하지만 케인을 지참하면 각종 차량의 서행 운전과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손쉬운 도움으로 인해 사고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나 역시 이러한 특히 후자(주위로부터의 손쉬운 도움)의 경험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눈(眼) 외에도 많다.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녀석들이라 애들에게도 빵(밥)을 챙겨야 한다. 이 녀석들은 성격이 고약해 한 끼라도 굶기면 당장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일상생활 가운데 이 녀석들의 먹거리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도시락을 가끔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어쩔 수 없이 귀가해서 가져와야 한다. 늦게 귀교해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사람 없다. 하지만 마음은 항상 급하다. 어떻게 하면 귀가/귀교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가 주요 관심이다. 이 궁리 저 궁리를 구상하다가 선택한 방법은 특정 지하철역에서 집사람과 접선하는 것이다.
시간 줄이기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또 있다. 지하철 구내에서 빠른 걸음으로 걷기 및 제대로 방향 찾아가기 등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길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하철 근무 공익 요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날은 아주 겪어보기 힘든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하철을 타면서부터 시작하여 내려서 이동하기 및 갈아타기 등 전 과정을 혼자 움직인 적이 없다. 그때그때마다 자발적 도우미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이 있는가 하면 70대의 나이 드신 분도 계셨다. 물론 50~60대의 중년분들도 만났다. 이들 모두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동일한 답변을 한다. “우리 집안에 가 흰지팡이를 짚고 다녀서…”, “ 친구 아버지가 케인을 들고 다니셔서…” “옆집 아저씨가…”, 이날 만난 대부분의 도우미들은 흰지팡이를 통해 정안(正眼)인과 시각장애인을 구분한다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케인과 이들 자발적 도우미 덕분에 당초 주요 관심사였던 귀가 시간 줄이기가 무사히 해결되었다. 이들의 고마움을 어떤 형용사를 동원해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하철이 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데 스크린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나를 아는 체하는 행동이 분명했다. 찰나의 순간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방금 전까지 나를 지하철 승차 홈까지 데려다준 노인 즉 자발적 도우미였다. 나를 데려다 주고는 자기가 가려던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건너편 철길로 이동한 뒤 내가 무사히 승차하는지 여부를 열차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빵빠레 소리와 함께 건너편 열차가 먼저 들어온다. 그가 움직일 때 작대기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작대기가 흰색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지하철 홈 벤치에 주저앉아 닦아도 닦아도 막을 수 없는 눈물을 펑펑 쏟아야만 했다. 케인이 한 마디 던진다.
“우린 외롭지 않아!”
김화섭 님의 삶의 애환과 따뜻한 유머, 그리고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이 녹아있는 수필 세 편, 어떻게 들으셨나요?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 지인과의 끈끈한 유대,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모여 '우리는 외롭지 않다'는 깊은 위로와 울림을 전해주는 듯합니다.
소중한 글을 나누어 주신 김화섭 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잃지 않도록 잘 챙기시고,
오늘 하루도 수필 속 이야기처럼 마음 한편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으로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사서함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